Jun 6, 2011
부산에서 가정주부 용현석씨가
미국에서 공윤진을 만나서 금방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선택받은 기럭지와 외모, 어느 구석엔가 숨겨져 있는 분노, 약간의 병맛. 우리는 정도, 나, 윤진이 셋만 아는 숨막히는 게그를 만들어냈다. 이를테면 (참고로 그는 Google본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ㅋㅋㅋ 윤진이한테 나중에 뭘하고 싶냐니까 John Lennon의 꿈이 가정주부였다며 자기도 주부가 싶다고 했다. 농담처럼 던진 그의 말에 난 진심으로 윤진이를 존경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거의 한달간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주부로 보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처음에는 이유없는 두통으로 너무 아파서 거의 일주일간 계속 잔 것 같다. 수면은 역시나 습관이다. 증세가 완하되고도 꾸준히 잘수없을 때 까지 자고 일어나 책보는듯 다시 잤다. 집청소하고 설겆이하고, 약간의 운동과 회>소고기>과일>닭고기>소고기>회. 아버지 퇴근길에 마중을 나가기도 하고, 엄마랑 누리마루 산책도 종종했다. 부모님들 알콩달콩 사시는 것 보면 난 정말이지 꽤 괜찮은 남편이 될 것 같다. 곽호를 만나서 양념통닭을 먹으며 다이어트를 계획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사촌동생과 데이트도 하고, 친구 딸 돌잔치도 다녀왔다. 달맞이 고개, 송정, 청사포, 기장, 송도... 서울 비둘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산 갈매기들의 드라이브 코스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삼국지에서 유비는 노식의 문하에서 글공부를 하다가 한조는 더이상 가망이 없다는 생각에 고향으로 돌아와 돗자리를 짜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부산에서 책을 보면 마치 돗자리를 짜는 유비의 심정이 된 듯하다. 정주영을 읽고, 그와 손잡았던 박정희가 끼고 살았다는 나폴레옹 평전을 읽었다. 그리고 그가 존경했다는 카이사르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역사는 참 재미나게 닮아있어서 계속 읽다 보면 거울속에 비친 내가 비친 거울속에 비친 내가 비친 거울속에 내가 비친 거울속에 비친 나를 보는 것 같다.
타고난 근면함으로 쌀배달을 하는 정주영과 선천적 재능을 발휘해서 포병을 지휘하는 나폴레옹 소위는 꼭 닮아있다. 이탈리아를 정벌하는 나폴레옹과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조선소를 만드는 정주영은 인생 최대의 기회를 맞아 탁월한 성과를 낸다. 불굴의 도전으로 성공한 두사람은 결국 러시아 원정, 대선출마라는 무리수를 띄운다.
가끔은 한가함이 최고의 경쟁력이더라. 야심한 밤에 걸려온 원석형의 전화를 받고 두시간만에 이번 여름의 행보가 급변했다. 삶이란 언제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여정이고, 나의 작은 행동이나 사소한 결정이 전혀 다른 곳으로 나를 이끈다. 다음 주말부터는 서울 거주민이 된다. 그토록 원해왔던 창업, Start업. 어떨까? 압도적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돋보이게 마련이다. 여건을 탓하는건 내가 이류이기 때문이다. 쌀가마니를 지고 자전거를 타던 정주영의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
책 열심히 쓰고, 운동 꾸준히 하고,
원석형, 지현형이랑 재미있게 한바탕 놀아야겠다.
두큰두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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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한달이나 계셨었음묘? :P
ReplyDelete7월에는 꼭 곱창 지글지글하러 꾜꼬꼬! ㅋㅋㅋ
신기하네. 구글에서 "부산"검색했는데 당신 블로그 이 글이 나오는구먼...언제 한번 봅시다. - 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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