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7, 2016

1월의 단상


* 프라하에서의 먹방은 잊을 수가 없음. 맥주와 디저트와 각종 고기들. 카프카의 단골이었다는 강변 카페에서 신년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은 기억에 남을 호사 였다. 적정한 허영이 마냥 흘러가는 시간들을 풍요롭게 해준다. 달이 뜨면 말을 타고 사막으로 가서 춤을 추고 술을 마셨다는 젊은 시절 이집트의 왕자를 만났다. 30년전의 처음 처럼 가이드 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가고 싶다는 말에 나의 조급함이 부끄러웠다.

* 전국민의 70%가 요정을 믿는 다는 아이슬란드. 빙하가 둥둥 떠다니는 해변의 모습. 바닥에서 끓는 물이 솟아오르는 천연 온천에서의 물놀이. 거대한 붓으로 그리는 듯한 오로라. 연말을 보낼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장소가 아니었나 싶다.

* 새해를 맞아 프라하의 시민 회관에서 들었던 오케스트라의 Slovanic dance는 정말 대단 하였도다. 귀로 듣기 보다는 피부로 음악이 스며들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기분이었음.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관람했던 Carmen은 몇백년전의 귀족 예술 보다 현재의 대중 예술인 드라마가 훨씬 더 큰 감동과 재미를 준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돌아와서 육룡이 나르샤 정주행.

* 런던에 온 종현이와 Regent park를 걸었다. 10년 만에 만나도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고등학교 친구만이 줄수 있는 놀라운 경험이다. 신께서는 성과를 4년만에 안주시고 안일함과 교만함을 완전히 걷어낸 5년차에 주셨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역사 다큐를 좋아하는 덕후를 만나니 그토록 대화가 즐거울 수 없었음.

*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읽는다. 사회 생활을 한 뒤 읽는 역사는 행간에 생생한 얼굴들을 대입시킬 수 있어 더욱 빠져든다. 3대에 걸친 원한을 풀기 위해 스페인에서 이탈리아까지의 긴 여정을 갔던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결국 군수 물자 부족이나 동맹국과의 교섭 실패, 혹은 운의 부족으로 로마 정벌에 실패하고 오히려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앞당겨 준다. 시대의 명장 한니발을 무릎 꿇게 한 스키피오는 결국 정적 카토에 의해 추방당하고, 한니발 또한 같은 해에 자신의 살해 음모를 알고 독약을 먹고 목숨을 끊는다. 조선의 일대지제를 설계했던 정도전도 결국 뜻을 함께 했던 이방원에게 살해 당한다. 큰 업적은 진보를 낳고, 진보는 새로은 화두를 낳고, 과거의 화두를 틀어 쥐었던 사람은 무대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 게임의 룰 인것인가. 한걸음 더 높이 가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30살의 선물이 수영이었다면 31살의 선물은 피아노이다. 헤드헌터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아마존에서 피아노를 주문하는 하루. 하루하루는 최선을 다해, 인생은 대책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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