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 2012

미생 4주차

  • 새로운 균형
중간 보고가 잘 끝났고 며칠간의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한달이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하기 힘들만큼 순식간에 흘러갔다. 나는 뻘짓 삽짓을 잔뜩 했지만, 우리 팀은 정말 스케일이 크고 복잡한 문제를 3주안에 명료하게 풀어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실수와 실패를 잔뜩 경험하는 하는 것이 출근 첫날 마음에 새겼던 첫달의 목표였다는 점에서,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답답하고, 막막하고, 부끄러운 순간들도 많았다. 금요일 밤이면 대상을 찾지 못한 분노와, 불안감, 졸림으로 인한 신경질을 마구 술잔에 구겨 담고  잔을 기울였던 순간이 생생하다. 모든 종류의 고통은 자신과 세상사이의 균형이 깨어질 때 발생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에서 경험하는 고통은 새로운 균형을 찾을 때 까지 지속될 것이고, 균형을 찾았을 때 나의 모습은 어떻게든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배워야 할 것과 물들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해 분명한 관점이 필요하다.



  • 책칠공부
주말엔 홍대 토끼의 지혜에 가서 말랑한 심리학책, 단편 소설등을 읽었다. 자리가 없어서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입다물고 공부하는 카페가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도 그안에 사람들이 가득차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점이 신기했다. 대부분은 젊은 직장 초년생이나 대학생들이 많았다. 독서대 스탠드 등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었다. 서고의 책들은 다양했지만 yes24 판매순위대로 구매한 듯 개성이 없어 아쉬웠다. 
원래의 내 모습은 초록머리에 분홍가슴에 하늘색 팔다리 였고 노란 잠수함 속에 살고 있었다. 회사만 직장에서는 나를 검정 모범택시에 밀어놓고는 회색 물감을 잔뜩 뿌리는 것 같다. 구석구석 조금이라도 원래 내가 갖고 있던 모습을 기억해 두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주말마다 조금씩 책으로 회색물감을 벗겨내고 내원래의 색을 입히는 시간을 갖는게 아닐까. 



  • 인생의 잔재미
지난 번 부산에 갔을 때 곽호가 내게 이젠 친구들을 좀 챙길때가 됬다는 쓴소리를 잔뜩했다. 물론 술주정이니 하고 한귀로 흘렸지만, 문득 내가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정말 무심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말 모임. 결혼식. 술자리. 이런거 진짜 귀찮아 했는데. 이제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해야겠다. 망중한. 바쁜 와중에도 인생의 잔재미를 놓치지 않을 것. 

No comments:

Post a Comment